“엄마, 뭐 먹을 거 없어?”
“엄마, 맛있는 거 없어?”
아이가 자라면서 먹고 싶은 욕구는 끊임없이 표출된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벌써 냉동실을 열고, 자기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꺼낸다.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아이의 눈에는 생기가 도는 빛이 반짝인다. 그 순간, 동생이 누나에게 달려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들고 먹기 시작한다. 두 아이의 눈빛은 내가 어릴 적 ‘동물의 왕국’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밀림에서 사자가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 보였던 그 강렬한 눈빛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사자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조용히 한 걸음씩 다가가,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덤벼든다. 그 눈빛 속에는 놀라운 집중력과, 주변의 다른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몰입감, 그리고 목표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와 비슷한 눈빛이 우리 아이들에게서도 보였다. 사자의 눈빛과 아이들의 눈빛을 비교한다는 것이 다소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욕구가 충족되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 다 욕구 충족을 스스로 해냈을 때 오는 성취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이들의 내적인 동기가 발동한 순간이다.
이 사실을 더욱 깨닫게 된 것은,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에 갔을 때였다. 동물원에 있는 사자의 눈에서는 그 밀림 속에서 봤던 생동감과 날카로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동물원 사자는 사육사가 정해진 시간에 제공하는, 이미 준비된 먹이를 먹는다. 야생에서의 사냥과는 다르게, 사냥감이 도망갈 걱정도 없고, 먹이를 쫓기 위해 힘을 들일 필요도 없다. 그저 아무런 긴장감 없이 주어진 먹이를 받아먹을 뿐이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사자의 강렬한 모습과 달리, 동물원 사자는 완전히 통제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하루 일과는 먹이를 먹는 시간, 우리에 들어가는 시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시간까지 모두 사육사에 의해 관리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욕구 충족의 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야생의 사자가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처럼, 아이들도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해결할 때 더 큰 성취감을 얻고,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원의 사자처럼 모든 것이 외부의 통제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 역시 그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성취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부모인 우리는 때때로 아이들의 삶을 대신 통제해 줄 사육사 같은 전문가를 찾는다. 아이의 행동을 관리하고, 지식을 넣어주며,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기반을 마련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많은 정보망을 통해 그러한 전문가를 찾아낸다. 전문가들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그들의 성공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을 수 있다.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에게서 진정한 성취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욕구가 충족될 때 비로소 그 과정에서의 배움을 얻고,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다. 부모로서의 역할은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때로는 통제를 벗어나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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